몇 가지 핑계가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다. 몇 가지 변명도 떠오른다. 아니 둘 다 너무 핑계고 변명일까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내일부터 다시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워드도 켜 놓고 읽어야 할 책도 복사해 놓고, 그리고 마음껏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피드백 메일이 도착했다.
몇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준비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도 생각했다. 몇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저런 일은 없었다고 생각해도 될 만큼,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대체 저 피드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는 분명 몇 번이고 물어봤는데, 물어볼 때마다 괜찮다고 해 놓고 왜? 마지막 날에 웃으면서 헤어져 놓고 저런 피드백을 줬었구나. 그랬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미안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래 배워야지. 하다 보면 조금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오늘 피드백을 보고 그냥 마음이 철렁했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나 사실 이거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나 사실 이거 진짜 못하는 게 아닐까?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이런 걱정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어떤 교수님은 원래 처음은 그렇게 어렵다고 하셨다. 처음은 잘 안 된다고도 하셨다. 그치만요, 이거 조금 심할 정도로 못하는 것 같아요. 나는 진짜 한 명 한 명 신경 쓰고 기억하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게 아니었나 봐요 그 사람들이 원한 건. 실수도 많이 했지만 나 그래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치만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잘해야 해요. 그치만 이렇게 아무런 도움도 없이 열심히 했는데요, 그랬는데요. 내가 거기서 뭘 더 할 수 있었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저 변명일지도 모를 생각들이 자꾸만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너무하다는 기분도 가득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변명과 두려움과 실망감이 다시 한 번 생각을 뭉갠다.